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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해외리포트 : 탄탄한 레퍼토리와 열린 교육 프로그램 미국의 ‘칠드런스 시어터 컴퍼니' - 김연수
작성자 : 브라이어스 등록일시 : 2017-11-21 조회 : 7605
 

미국의 공연예술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화려한 볼거리가 즐비한 뉴욕의 브로드웨이를 떠올린다. 하지만 어린이청소년극의 경우, 뉴욕보다 지역의 극장에서 더욱 활발하게 공연되고 있다. 미네소타 주의 미네아폴리스 시에 위치한 칠드런스 시어터 컴퍼니(Children’s Theatre Company, 이하 CTC)와 워싱턴 주에 있는 시애틀 칠드런스 극장(Seattle Children’s Theatre) 등은 지역 사회와 연계하며 어린이청소년들을 위한 공연과 관련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힘쓰는 대표적인 극장들이다. 워싱턴 주 소재의 케네디 공연예술센터 산하의 어린이청소년연극팀은 작품 개발과 교육 프로그램, 워크숍 등을 운영하며 어린이청소년극의 양산에 힘쓰고 있다. 이중 CTC는 미국에 있는 어린이청소년 극장 중에서도 가장 긴 역사와 큰 규모를 자랑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어린이청소년극장 CTC에서는 과연 어떤 공연과 교육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을까?

1. 미국의 대표적인 어린이청소년 극장 ‘칠드런스 시어터 컴퍼니’

CTC는 1961년 ‘모페트 플레이어스(Moppet Players)’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1965년 ‘칠드런스 시어터 컴퍼니’로 명칭을 바꾸었다. 창립 이후 주로 유명한 어린이청소년 문학을 무대에 올렸던 CTC는 1997년 피터 브로시우스(Peter Brosius)가 예술감독으로 취임하면서 전환기를 맞이했다. 브로시어스가 창작극 공연과 프로그램 개발에 힘쓰며 CTC를 미국의 대표적인 어린이청소년 극장으로 부상시켰던 것이다. 2002년에 CTC가 제작한 뮤지컬 <개구리와 두꺼비의 일 년(A Year with Frog and Toad)>은 브로드웨이로 진출해 2003년 토니 상(Tony Award) “올해 최고의 뮤지컬”을 비롯한 세 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갔고, CTC는 “우수한 지역 극단(Excellence in Regional Theater)” 상을 수상하며 미국의 대표적인 어린이청소년 극장으로 톡톡히 자리매김했다.

 

목조로 된 독특한 원형 구조의 로비가 인상적인 CTC 극장의 공연 가능한 무대는 총 2개이다. ‘유나이티드헬스 그룹 스테이지(UnitedHealth Group Stage)’는 745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한편, ‘ 카길 스테이지(Cargill Stage)’는 295개의 좌석을 보유하여 보다 작은 규모의 공연에 적합한 공간이다.

. <사진 1> 카길 스테이지(Cargill Stage)
. <사진 2> 칠드런스 시어터 컴퍼니
. <사진 3> 칠드런스 시어터 컴퍼니 로비

2. 다양한 연령층을 수용하는 탄탄한 레퍼토리

어린이청소년 연극의 발전을 위해서는 먼저 좋은 작품이 있어야 할 것이다. CTC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교육하고, 도전하며, 영감을 주는 놀라운 연극 경험을 창조한다”는 사명에 따라 아이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해 주는 양질의 레퍼토리 개발에 힘써오고 있다. CTC에서는 1년 동안 약 6~10개의 작품이 올라가는데, 한 시즌마다 꼭 초연작을 선보인다. 하나의 작품을 개발하기 위해 들이는 시간은 평균 2년 반으로, 넉넉한 준비 시간만큼 완성도 있는 작품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 영상이나 힙합 음악 등을 공연에 사용하는 실험도 멈추지 않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탄탄한 공연들은 관객들의 발걸음을 자연히 극장으로 이끈다. 먼 거리 때문에 주로 순회공연을 하는 다른 미국의 어린이청소년 극단들과 달리, CTC는 순회공연을 거의 다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매년 평균 35만 명의 관객들을 동원한다. 수준 높은 공연으로 어린이나 청소년 관객 뿐만 아니라 어른 관객들도 상당수 극장을 찾는다.

. <사진 4> <그린치는 어떻게 크리스마스를 훔쳤을까>공연장면
. <사진 5> <그린치는 어떻게 크리스마스를 훔쳤을까>공연장면

또한 하루가 다르게 자라가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특성상, 어린이청소년 연극은 유아에서부터 청소년에 이르는 다양한 연령층을 위한 레퍼토리를 필요로 한다. CTC의 2017-2018 시즌의 경우에도 공연들은 유아에서부터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6편의 작품들로 꾸려졌다. 어린 유아들도 관람할 수 있는 전체관람가능 공연은 주로 유명한 어린이청소년 문학을 뮤지컬로 제작한 공연들이다. ‘오즈의 마법사’를 뮤지컬로 만든 <마법사(The Wiz)>, 미국의 유명한 동화작가 닥터 수스(Dr. Seuss)의 그림책을 뮤지컬로 만든 <그린치는 어떻게 크리스마스를 훔쳤을까(How the Grinch Stole Christmas)>와 <로렉스(Lorax)>가 여기에 해당한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볼거리와 뮤지컬 넘버들이 아이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을 위한 공연은 <벌룬내시(Balloonacy)>와 <코듀로이(Corduroy)>가 있다. <벌룬내시>는 2014년 초연 작품으로 풍선과 친구가 된 한 늙은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코듀로이>는 테디베어 ‘코듀로이’의 모험을 다룬 미국 동화작가 돈 프리먼(Don Freeman)의 동화책을 각색한 연극으로, 이번 시즌 CTC에서 초연되는 작품이다. <디바이징 젠더(Devising Gender)>는 13세 이상의 청소년들을 위한 연극예술훈련(Theatre Arts Training) 프로그램이다. 이 공연에 참여하는 청소년들은 연극을 통해 기존에 정의된 ‘젠더’와 ‘섹슈얼리티’ 개념에 대해 새롭게 질문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형성하는 시기인 청소년들에게 중요하면서도 흥미를 끄는 주제를 선정한 점이 인상 깊다.

3. 지역과 소통하는 열린 교육 프로그램

CTC는 다양한 연령대의 학생들과 선생님들을 위한 여러 교육 프로그램들을 운영하며 지역의 가족 및 학교와 소통하는 열린 예술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 학생들을 위한 연극 클래스와 여름 캠프는 2세부터 18세까지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나이에 맞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학년에 따른 6개의 클래스로 나누어 진행된다. 동화학자이자 미네소타 주립대학교 교수인 자이프스(Jack Zipes)가 개발한 교육 프로그램인 ‘네이버후드 브릿지스(Neighborhood Bridges)’ 프로그램도 있다. 스토리텔링과 드라마를 통해 비판적, 문학적 소양을 길러주는 이 프로그램은 유치원 클래스와 초등 및 중학생 클래스로 나누어져 있다. 학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교사들이 훈련을 받아 진행할 수도 있다. ‘네이버후드 브릿지스’ 외에도 학교 수업 현장에서 연극을 도입할 수 있도록 교사들을 훈련하는 워크숍들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공연 관람 이후에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본다면 공연에 대한 이해가 더욱 깊어질 것이다. CTC는 아이들이 집이나 학교에서 공연에 대한 생각을 확장할 수 있도록 돕는 가이드북을 무료로 제공한다. 가이드북은 가족이 함께 공연을 보고 이야기 할 수 있는 ‘패밀리 가이드’와 학교 수업에서 공연과 연계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각 공연에 대한 배경 설명 및 참고 서적, 수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료들이 실려 있는 ‘스터디 가이드’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부모와 선생님은 이 가이드북을 활용해 아이들과 공연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나누어 볼 수 있다. 아이들에게 더욱 인상 깊은 경험을 심어주고 싶다면, 단체 관람 이후 배우와의 만남 등의 활동을 진행하는 ‘스튜던트 마티네(Student Matinee)’를 신청할 수도 있다.

<사진 5> 연극 교육 클래스와 캠프 활동
<사진 7> 9-12학년 연극 교육 클래스

이 외에도 CTC는 뜨레시홀드(THRESHOLD)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의 극작가들에게 어린이청소년극을 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어린이청소년극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 또한 2004년부터 다른 어린이청소년 극장인 시애틀 칠드런스 극장과 손잡고 어린이청소년극 극본을 개발하여 지역 및 아마추어 공연단체나 학교에 공연권을 제공하는 등 미국에 어린이청소년극의 확장을 위해 애써오고 있기도 하다. 해외교류도 활발하여서 각국의 예술가들과 함께 작업하며 레퍼토리를 확대해 가고 있다.

 

지금까지 CTC의 완성도 있는 레퍼토리의 개발, 다양한 연령층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과 교육 시스템, 가족과 학교와 연계하는 열린 교육 프로그램은 CTC를 명실상부한 미국의 대표적인 어린이청소년 극장으로 만들고 있음을 살펴보았다. 어린이청소년 연극의 발전을 위해서는 양질의 폭넓은 공연들과 지역 사회와의 끈끈한 연대가 필요함을 확인하며, 한국의 어린이청소년 연극 또한 더욱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참고자료  『어린이청소년에게 문화를, 미래를, 돌려주자!』,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2012

참고자료  『Oh! Broadway 어린이 공연에서 미래를 보다』, 『THE MUSICAL』, No.77.

1) https://www.childrenstheatre.org

2) https://michaelgraves.com/portfolio/childrens-theater-company/

 
  • 김연수
  • 김연수  (dustn0122@naver.com)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연극학을 전공하고 연극 리뷰 및 문화예술과 관련된 다양한 글을 쓰며 살고 있으며, 어린이청소년극과 문화예술교육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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