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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부암뮤직소사이어티 신형금 대표 - 오로지 아이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겠다는 목표 하나뿐
작성자 : 브라이어스 등록일시 : 2018-07-25 조회 : 6169

2018년 아이들극장의 상주예술단체로 (사)부암뮤직소사이어티가 선정됐다. 문화예술사회적기업인 부암뮤직소사이어티는 1997년 설립 이후 특수학교, 보육원, 장애인시설 등 소외된 이웃을 위한 공연을 펼치며, 사회공헌에 비중을 두고 창작활동을 해나가고 있다.

 

부암뮤직소사이어티의 신형금 대표는 영유아를 위한 클래식 음악 교육공연을 최초로 기획한 인물이다. 이후 약 20년여 동안 그는 오로지 “아이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겠다는 목표” 하나만으로 지금까지 달려왔다. 그런 신 대표가 올해 아이들극장에서는 어떠한 이야기로 무대를 채워나갈지 기대를 해본다.

<사진1> <사진 1> 상주단체 기획공연 : 클래식 음악교육극 <모차르트의 마법 바이올린>
 

대학에서 신문학을 전공한 신형금 대표는 40대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공연계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그는 클래식 음악계에서 인정받는, 잔뼈 굵은 기획자다. 신 대표는 지난 23년 동안 음악 전문 공연장 부암아트홀 관장으로 근무하며, 다양한 기획공연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다.

 

“젊어서는 잡지기자를 하다가 결혼과 함께 퇴직했어요. 그러다 1995년부터 부암아트홀 관장을 맡게 되면서 공연기획을 시작하게 된 거죠. 당시 부암아트홀은 작은 공연장으로서는 클래식 음악공연을 위한 최고의 시설을 갖춘 곳이었어요. 신설된 공연장이다 보니 방향성에 대한 훨씬 많은 고민을 했죠. 주변엔 온통 산과 주택뿐이고 접근성도 떨어져 관객이 찾아 올 수밖에 없는 공연뿐이 못하겠구나, 싶었어요. 그러다 보니 기획공연을 떠올리게 되었고 ‘토요음악회’를 시작으로 20여 년간 ‘현대음악’, ‘북한음악’ 등 다양한 기획시리즈를 진행했어요. 당시에는 그런 문화가 없어서 획기적이었죠.”

 

그런 그가 영유아를 위한 클래식 음악공연을 처음 기획한 건 1998년이다. 그 마음에 불씨를 지핀 것은 공연장에서 늘 보아오던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공연장에 가면 항상 아이들이 로비에서 모니터만 바라보고 들어가지 못했어요. 만 7세 이하는 입장이 안 되니까요. 아이들이 뛰어다니면서도 중간중간 모니터를 보고는 흥얼흥얼하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아이들도 클래식 음악을 잘 받아들인다는 걸 느꼈어요. 당시 어린이음악회가 있긴 했지만, 대다수 이벤트성으로 진행되는 자선음악회 같은 것들이었죠. 물론,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음악회는 없었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서너 살 먹은 아이들이 TV로 본 기성 가수를 흉내 내면서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게 보기에 좋지 않았어요. 아이들에게 맞지 않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음악이 많잖아요. 지금은 더욱 심해졌죠. 물론 시대적 변화에 맞추어 그런 음악도 인정하고 따라가야 하지만, 어른 흉내를 내는 아이들의 모습이 교육적으로 보이지는 않아요.”

 

그렇게 신 대표는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도움이 되는 클래식 음악을 들려줘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영유아를 위한 클래식 음악회를 기획했고, 공연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성공을 이루었다.

<사진2>; <사진 2> 상주단체 찾아가는 공연 <렛츠고, 신비한 악기 놀이터>
 

“관람 연령을 만 2세로 확 낮추었어요. 획기적이었기 때문에 언론매체에서도 관심이 많았죠. 1998년, IMF 끝나고 경제가 어려운 상황인데도 당시 공연했던 예술의전당 공연장 200여 석이 매진됐어요. 지방에서 올라왔는데 못 봤다고 항의도 많았어요. 아이들이 굉장히 좋아했죠. 히트를 쳤어요. 이후 부암아트홀에서 꾸준히 영유아음악회를 진행했어요. 한 달에 일주일씩 했는데 다 매진이 됐어요. 엄마들이 매일 줄을 섰죠. 지금도 그때도 아이들을 위한 클래식 음악교육극을 하는 이유는 간단해요. 아이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자, 이런 문화를 정착시키자. 그 목표 하나뿐이에요. 다른 거 없어요. 어떻게 하면 더욱 잘 들려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니 극적 요소도 넣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는 거죠.”

 

대다수 아이는 학교에 들어가 교과서를 통해 클래식 음악을 처음 접하게 된다. 그렇게 이론적으로 접근하게 되면 클래식 음악은 지루한 장르라는 편견에 빠지기 쉽다. 또한, 자극적인 대중음악에만 익숙해져 버린 아이들 역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클래식 음악을 쉽고 재미있게 받아들이게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실제로도 부암소사이어티의 공연은 그렇다. 아이들은 단순히 클래식 음악을 보고 듣는 게 아닌, 함께 극에 참여하며 음악을 즐기게 된다. 물론, 이는 긴 세월 노하우가 쌓여 만들어낸 결과다.

 

“클래식 음악이라고 해서 가만히 앉혀놓으면 안 돼요. 아이들의 집중도가 길지 않잖아요. 그래서 함께 놀 수 있는 요소를 집어넣어요. 또 드럼, 마림바, 비브라폰 등 운반이 힘들지만 타악기를 꼭 사용하는 편이고요. 박자개념이 근본이기도 하고, 아이들이 가장 좋아해요. 또 아이들은 음악을 귀로만 듣지 않아요. 눈으로도 보죠. 그래서 영상을 많이 넣는 편이에요. 아이들이 떠들 때도 있지만, 그러면서도 다 눈과 귀로 듣고 있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어요. 선생님들께서 아이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말하면, 괜찮다고 해요. 저는 적당히 공연하는 걸 싫어해요. 연주자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다고 연습을 대충 해오는 건 용납할 수 없어요. 아이들이기 때문에, 보다 질적으로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싶어요. 그래야만 하고요.”

 

앞서 밝혔듯 부암뮤직소사이어티는 사회적기업으로서 공익적 활동을 많이 펼치고 있다. 물론 신 대표는 부암아트홀에서도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그는 스스로 문화예술사회적기업을 설립하게 된 것을 ‘운명’이라고 말한다.

 

“대학생 때부터 봉사활동 가는 걸 좋아했어요. 기본적으로 누군가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늘 깔려있었죠. 신문학과를 나왔기 때문에 눈이 더 그런 쪽으로 가게 된 것 같아요. 부암아트홀에서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초청했는데, 대다수가 공연을 처음 보는 거예요. 심지어 외식도 처음인 경우가 많았죠.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 그다음부터 더욱 관심이 커졌고, 그런 일을 꾸준히 했어요. 그러다가 특수학교에 무료공연을 하러 갔는데 아이들이 방방 뛰고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그런 걸 보면 내가 너무 행복한 거죠. 힘들어도 아이들의 모습이 아른거려서 안 할 수가 없어요. 내가 좋아서 하는 거예요. ‘내가 이 일을 하는 한 공연도, 외식도 쉽게 못 하는 아이들을 위해서 공연을 해야겠다.’ 마음먹었어요. 사회적기업에 대한 설명을 처음 들었을 때 전율이 왔어요. ‘이게 내 길이다. 내가 해야 할 일이다.’ 이건 가치를 바라보고 하는 일이지, 이익을 바라면 안 돼요. 힘들어도 이상하게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내가 나이 먹어서 해야할 일은, 모래알만 하더라도 가치 있는 일을 하다가 인생을 마무리해야겠다는. 그래서 할 수 있을 때까지 꾸준히 할 거예요.”

<사진3> <사진 3> 클래식 음악교육극 <개구쟁이 파파하이든>(부암뮤직소사이어티)
 

이러한 뚝심으로 사회적기업으로서 한 걸음 한 걸음 쉽지 않은 길을 걷고 있는 부암소사이어티가 올해 아이들극장에 상주단체가 된 건 참으로 다행이다. 그 어느 때보다 아이들을 위한 좋은 작품을 창작하는 일에 몰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부암소사이어티는 얼마 전 <모차르트의 마법 바이올린> 공연을 끝낸 이후 아이들극장에서 두 번째로 선보일 신작 공연 준비에 한창이다.

 

“올해는 그래도 상주단체가 됐으니 안정적으로 창작에 몰두할 수 있게 됐어요. 상주단체를 하면서 가장 좋은 건 공연을 만드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렇게 돼야 아이들에게 좋은 작품을 보여줄 수 있잖아요. 다만 아쉬운 건 1년이라는 기간이에요. 생각해보면 또 1년을 오롯이 하는 게 아닌 약 7개월 정도죠. 무엇인가를 해보기에는 기간이 좀 짧죠. 현재 가장 큰 고민은 11월초에 선보일 신작 준비예요. 이번에는 영유아가 아닌 유치원생부터 초등학생까지 관람 가능한 작품을 만들고 있어요. 제목은 <쿵짝쿵짝! 뮤직 트레인>(가제)이고, 열차를 타고 다니면서 각국의 음악가들을 만나는 설정이에요. 문화·역사 이야기도 함께 담고요. 요즘 아이들은 영상매체 영향을 많이 받았잖아요. 이미 자극적인 것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게 무엇일지. 전문가들의 도움도 많이 받으려고 해요. 잘 만들어야 하는데.(웃음) 아이들극장이 생긴 지 2년 차인데 공연도 많고 굉장히 활발해요. 이곳은 아이들에게 딱 맞게 모든 게 갖추어져 있어요. 사각지대도 없고, 공연하기에 참 좋은 환경이죠. 요즘 어린이공연들이 상업적인, 캐릭터 사업을 중심으로 가고 있잖아요. 그게 아닌 민간단체들은 소자본으로 창작을 하다 보니 작품의 질을 올리기가 쉽지 않고요. 다른 지자체에도 이런 아이들 전용 극장이 더욱 많이 생겨서 좋은 작품을 선보였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 인터뷰어 박주희
  • interviewer 김미지

    대학에서 연극학을 공부하고 월간 <한국연극> 기자와 웹진 [연극in]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다.
    mjmji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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