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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해외리포트 : 독일 극장의 어린이 청소년 문화예술교육
작성자 : 브라이어스 등록일시 : 2018-09-28 조회 : 10468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일반’ 관객이 공연을 보러 오게 할까? 동서양, 시대를 막론하고 공연예술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고민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특히나 아동청소년 연극을 하는 입장에서는 어떻게 하면 어려운 주제로도 아이들에게 쉽고 재밌게 접근할 수 있을까, 그래서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연극에 흥미를 갖고 극장을 찾아오게 만들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된다.

 

<사진1> <사진 1> 파카우에 극장의 어린이 관객

독일의 모든 국공립 극장은 문화예술교육의 의무를 지닌다고 한다. 특히 독일에 살고 있는 어떤 아이든, 청소년이든 연극예술을 경험하고 연극을 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 독일 연방정부 어린이 청소년 연극센터(Kinder und Jugend Theaterzentrum Bundesrepublik Deutschland)의 신념이다. 어느덧 극장은 다양한 레파토리의 공연을 볼 수 있는 장소를 넘어서 동시대적 주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토론하고 연극교육학적 프로그램을 향유할 수 있는 곳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때 연극교육학은 교육적 수단이 아닌 매개체로서의 예술, 혹은 미학적 탐구의 연장선에서 인식된다. 바로 이 접근방식이 곧 독일의 아동청소년 연극이 발달 할 수밖에 없는 토대를 마련하지 않았을까 하고 나는 생각한다.

 

<사진2> <사진 2> 독일 오페라 극장의 워크숍 장면

독일 극장에서 이루어지는 아동 청소년을 위한 연극교육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가 있다. 하나는 아이들이 공연제작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이들에게 각 극장에서 공연되는 작품의 관람 전 후로 제공되는 워크숍이다. 대부분의 극장에 상주하고 있는 테아터 패다고게 (Theaterpädagoge) 라고 불리는 연극교육자는 이런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일을 한다. 또한, 지도 선생님이나 부모와의 상담을 통해 관람하기에 적절한 작품을 추천하기도, 학교나 가정에서 직접 아이들과 함께 해 볼 수 있는 연극놀이 가이드북을 제공하기도 한다. 대체적으로 공연 티켓을 살 경우 이런 워크숍이나 교육 자료는 무료이며, 그 외에도 백 스테이지 투어나 관객과의 대화, 베를린 앙상블의 경우 리허설에 참관을 신청할 수도 있다.

 

문득 베를린에서 열린 청소년 공연예술제(Theatertreffen der Jugend)에서 쉴러의 <군도>를 무대에 올린 한 무리의 고등학생들과 브레히트의 <사천의 선인>을 보고 밤 늦도록 샤우뷔네 극장 로비에서 토론하던 중학생 친구들, 테아터 안 데어 파카우에서 인턴쉽 시절 매일 아침 손 잡고 아장아장 찾아오던 꼬마아이들을 떠올려본다. 그리고 역시나 그 답은 ‘연극교육’에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베를린의 샤우뷔네, 도이체극장, 베를린 앙상블 그리고 테아터 안 데어 파카우에 메일을 보냈다. 한국에서도 연극교육이 발전할 수 있도록 당신들의 팁을 나누어 달라고. 그 중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Junges DT (아동 청소년을 위한 도이체 극장)의 봄 캠프와 조금 더 어린 아이들을 위한 Theater an der Parkaue (파카우에 극장) 의 < 빨간 두건 > 워크숍 내용을 조금 더 자세히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청소년 도이체 극장 의 봄 캠프 프로그램 (Junges DT Frühlingscamp)

 

1년에 한번, 봄에 열리는 방학 프로그램으로 10살에서 22살 사이의 아이들 100명이 모여든다. 아이들은 연극, 퍼포먼스, 인형극, 춤,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예술 전문인들을 만나 열흘 동안 함께 작업한다. 매년 봄 캠프에서는 ‘미쳤다 - 우리는 뭘 믿고 살지?’ ‘패밀리 갱(가족간의 결속력) - 우리는 어떻게 함께 살아가지?’ ‘비상 사태 - 어느날 갑자기 이 세상이 달라진다면 우린 어떻게 살아가지?’ 와 같은 주제가 다루어지고 있다.

 

Junges DT Frühlingscamp 2018 기록

 

연극을 통해 자신만의 세상을 탐구하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비전이나 두려움에게 어떤 형태를 주도록 격려하는 것이 Junges DT 의 봄 캠프가 가진 목적이다. 동시에 ‘연극은 지루해’ ‘어차피 무슨 말인지 몰라’ ‘어른들이나 가는데 아냐?’ 와 같은 편견을 갖고 있는 아이들에게 유희적인 방식으로 연극에 접근하고, 연극을 보고 즐기는 자신만의 방식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사진3> <사진 3> 도이체극장 < War and Peace > 워크숍 장면 Photo by Verhoef

파카우에 극장 의 공연<빨간모자> 프로그램 (극단 UNITED PUPPETs)
(Theater an der Parkaue : < Rotkaeppchen> , UNITED PUPPETs)

 

파카우에 극장을 찾아오는 어린이 청소년 관람객들은 공연을 관람하기 전에 극장의 테아터페다고게가 마련한 프리워크숍을 통해 작품의 주제나 연출 컨셉을 미리 만나 볼 수 있다. 이때 워크숍은 특정 주제의식을 심어주기보다 극 안에 드러나는 갈등구조를 놀이나 개인적인 경험에 빗대어 되짚어 보게 하고, 감각을 훈련시켜 상상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지점들을 찾아낸다. 그렇다면 그 구체적인 방식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파카우에 극장에서 하는 < 빨간모자 > 작품을 예로 들어보자.

 

<사진4> <사진 4> 파카우에 극장의 < 빨간모자 > 공연장면 Photo by Christian Brachwitz

■ 주머니 속 이야기 : 주머니를 하나 준비하여 바구니이나 와인병, 빨간색 모자 등 < 빨간모자 > 이야기에 나오는 물건들로 채운다. 아이들에게 눈을 감고 주머니 속의 물건을 만져 본 뒤 이 물건들이 나오는 이야기가 무엇일지 맞춰보게 한다.

 

■ 판타지 여행 : 눈을 감고 바닥에 편안히 누워 자신의 호흡에 집중하며 진행자의 말에 따라 상상 여행을 떠난다. 상상 속에서 아이들이 누워있는 바닥은 잔디가 되고, 커다란 나무문을 열고 나가 숲 속에 가본다. 숲에서 나는 향기와 소리, 만날 수 있는 곤충이나 동물들을 상상해보고 다시 지금, 여기로 돌아오면 동화책을 읽어준다.

 

■ 토론 : 그림 카드를 이용해 이야기를 다시 재구성해보거나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자신의 경험담을 나누며 토론한다. 이를테면 ‘이건 어디에 쓰는 물건이야? 동화에서는 어떤 장면에 쓰였지? 이렇게 써 본 적 있어? 다르게 쓸 수 있는 방법도 있을까?’ 혹은 ‘사냥꾼은 영웅일까? 사냥꾼에게 하고 싶은 질문 있어?’ 등의 질문을 주고 받을 수 있다.

 

■ 파쿠르 : 주변에 있는 가구나 소품으로 빨간 두건 소녀가 심부름 가는 숲 속 길을 만들고,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게 한다. 이때 극단 UNITED PUPPETs 연출의 미학 컨셉을 직접적으로 경험해 보기 위해 각종 전구나, 촛불, 빛을 내는 물체들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특히나 어린아이들일 경우 공연중의 암전을 무서워 할 수 있으니 미리 안전한 상태에서 놀이적으로 체험 해 볼 수 있게 한다.

 

이렇듯 프리워크숍은 아이들에게 공연을 보러 오기 전에 작품의 줄거리나 주제뿐만 아니라 연극적, 미학적 지각방식을 미리 경험해 볼 수 있게 하여 연극을 보는 것이 아직 낯선 아이들에게 조금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다. 공연을 관람한 이후에도 즉흥극이나 연극놀이, 토론 등의 방식을 통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만났던 작품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심화시킬 수 있는 애프터 워크숍이 있다. 아이들은 이런 워크숍을 통해 자연스럽게 공연문화를 접할 수 있게 되고, 공연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파카우에극장은 이 외에도 선생님들이나 다른 교육자들을 위한 세미나나 워크숍을 열어 현시대에 연극교육 워크숍이 지향하거나 강조해야 할 가치, 워크숍에서 사용되는 개념들, 자료 등을 함께 연구하고 공유한다.

 

<사진5> <사진 5> 도이체 극장의 봄 캠프 중 Photo by Arno Declair

이와 같이 어린이 청소년들이 공연문화를 쉽고 즐겁게 접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현대 연극의 미학을 이해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여 미래에 자신들의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독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연극교육의 주된 목적이라 할 수 있겠다. 이는 아이들을 교육해야 할 대상이 아닌 예술적 주체로서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도이체극장의 테아터 패다고게로 근무하고 있는 Lasse Scheiba는 연극을 관람하는데 그치지 않고 직접 해 보는 것이 “아이들이 자신이 처한 현실에 대해 질문하는 것을 멈추지 않고 깊이 있게 고민하며 그 인과관계를 유추하고 자신의 가치관을 정립하는데 필요하다고 믿고 있다. 연극을 통해 아이들은 자신감을 기르고 독립성을 키울 수 있으며,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맺음에 있어 용기와 비판능력 그리고 함께 하는 것의 소중함을 배우는 동시에 솔직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배운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것은 분명 오랜 시간 직접 어린이 청소년들과 만나면서 축적된 경험에서 나오는 말 일 것이다.

 

<사진6> <사진 6> 도이체 극장의 < Ausnahmenzustand > 공연장면 Photo by Gianmarco Bresadola

 

사진출처 :
사진1 : 파카우에 극장의 어린이 관객 (www.parkaue.de)
사진2 : 독일 오페라 극장의 워크숍 장면 (www.deutscheoperberlin.de)
사진3 : 도이체극장 < War and Peace > 워크숍 장면 Photo by Verhoef (www.deutschestheater.de)
사진4 : 파카우에 극장의 < 빨간모자 > 공연장면 Photo by Christian Brachwitz (www.parkaue.de)
사진5 : 도이체 극장의 봄 캠프 중 Photo by Arno Declair (www.deutschestheater.de)
사진6 : 도이체 극장의 < Ausnahmenzustand > 공연장면 Photo by Gianmarco Bresadola (www.deutschestheater.de)

 

  • interviewer_김예나
  • Interviewer 김예나

    베를린 국립예술대학원에서 연극교육학 석사를 졸업하고 현재 중앙대학교 연극학 박사과정에 있다. studio 나나다시의 스토리텔러 및 연출이자 대학교 강의 및 워크숍 강사로 활동 중이다. 2015년 아시테지 겨울축제에서 <배쇼! 배쇼! 신밧드!>, 2018년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에서 <레드맨 탈로와> 를 연출하였다. 최근 ACC 참여형 어린이공연 창작지원사업에 참여하여 <우산도둑> 을 준비 중에 있다. 현재 ITI 새로운 예술 분과위원장, 아시테지 차세대 분과위원장, 서울창작공간연극축제 운영위원회 일을 맡고 있으며 베를린국제영화제 게스트 매니지먼트 소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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