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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규범과 경계를 넘어서는 상상, 거리예술의 힘 – 윤종연 연출가
작성자 : 브라이어스 등록일시 : 2018-10-31 조회 : 6699

거리예술은 공연의 규범과 경계를 넘어서며 새로운 시도를 한다. 거리와 광장, 곳곳의 숨은 공간들은 예술의 좋은 무대가 된다. 여기서 말하는 거리예술은 단순히 거리라는 공간에서의 예술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창작단체와 축제를 넘나들며 거리예술 분야에서 종횡무진 활동하고 있는 연출가 윤종연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거리예술에 대한 고민과 생각들을 들어보았다.

 

Q. 간단하게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극단 몸꼴에서 연출하고 있는 윤종연입니다. 사단법인 한국거리예술협회에서 대표직을 맡고 있고, 2014년부터 최근까지 안산국제거리극축제에서 예술감독을 맡아왔습니다.

 
<사진1><사진2> <사진 1> <사진 2> 윤종연 연출
 

극단 몸꼴은 움직임을 기반으로 다양한 연극적 실험을 해온 창작집단입니다. 거리예술이라는 장르의 매력에 빠진 이후로는 거리라는 공간에서의 새로운 예술 방식을 탐구하고, 관객들을 좀 더 재미있는 방식으로 만나고자 고민하고 있습니다. 극장이나 야외나 구분하지 않고 공간을 오고가면서 관습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연극을 만들과 관객들을 대하고 싶은 단체입니다. 최근에는 거리극 <충동>을 거리예술축제에서 소개하고 서울부터 광주까지 전국 곳곳을 누비며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거리예술협회는 거리예술인들의 친목 도모 – 네트워킹을 위해 만들어진 단체입니다. 최근에는 좀 더 다양한 방면에서 거리예술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매년 거리예술마켓이라는 사업을 주관하며 거리예술 컨텐츠와 전문가들을 만나게 하는 다리를 놓고 있고, 거리예술 분야의 전문가들이 연구와 리서치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해외 거리예술 현장 연구 사업 등을 운영합니다. 거리예술 창작단체들이 역량이 강화되도록 돕고 더 많은 이들이 거리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키워서 거리예술의 촉매가 되면 좋겠습니다.

 

Q. 거리예술 창작단체의 연출가로서 윤종연의 최근 가장 큰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A. 지난 몇년 동안 다소 강하고 격한 이야기들을 많이 다뤄왔어요. 사회적 이슈나 주변의 이야기들에 민감하고 빠르게 반응해야할 것 같은 느낌의 공연을 만든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금은 이러한 작품의 언어들이 어떻게 삶에 와 닿을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정가악회와의 협업을 통해 쇼케이스로 선보인 거리극 역시 이러한 고민들을 반영한 작업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제주 4.3을 모티프로 창작한 것이다보니 정치적인 이슈와 밀접했는데, 이 작품에서는 이러한 이야기들을 문학적으로 드러내고 시적으로 풀어내는 것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연극은 삶에 대해 이리저리 금을 그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풀리지 않은, 풀리지 못한 이야기들을 관객들의 삶에 녹아있는 방식으로 전달하고 싶어요.

<사진3>; <사진 3> 거리극 ‘충동’ © ACC광주프린지인터네셔널
 
<사진4>; <사진 4> 쇼케이스
 

Q. 수년간 거리예술을 계속하고 계신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연출님이 생각하는 거리예술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A. 거리예술은 결코 뻔하지 않다는 점이 제가 계속 거리예술을 하는 이유일 것 같아요. 작품의 연출을 할 때에도 축제의 예술감독을 할 때에도 그렇습니다. 정형화된 방식이 존재하지 않고 형식과 내용적으로 변화해 나가는 장르라는 것, 앞으로도 계속 그럴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죠. 제가 생각하는 거리예술은 단순히 거리에서 공연되고 상연되는 것을 넘어서서 공간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형식이나 성격에서 흥미롭습니다. 이 장소와 이 곳의 사람들에게 작품이 어떠한 역할을 줄 것인지, 어떠한 관계를 만들며 이야기를 건넬 것인지 극장 무대 위의 작품보다 더 나아가서 고민해야하고, 이러한 지점에서 다른 기술들이 필요하죠. 이러한 고민들이 없을 경우에는 극장에서 하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은 밋밋한 작품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순히 경치를 빌려오는 차경 이상으로, 작품에서 공간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태도가 중요합니다. 공간을 텍스트화 할 것인지, 공간이 가진 성격이나 관객들의 동선에 따라서 작품을 바라보는 이들이 어떠한 심리적인 상태를 가지게 되며 어떠한 영향을 받게 되는지 생각해야하죠. 이렇게 작품이 환경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이에 따라 관객들의 반응이 달라진다는 것이 거리예술을 거리예술답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측하지 못한 반응을 만들어내는 작품들이 우리에게 감탄과 일탈의 순간을 제공하죠.

 

Q. 안산국제거리극축제의 예술감독으로서 지금까지 축제에서 소개하셨던 작품들 중 어린이와 가족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거리예술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A. 안산국제거리극축제의 예술감독으로 재직하면서, 축제의 프로그램 가운데 일부는 항상 어린이와 가족들을 대상으로 한 작품들로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 2018년에 소개했던 이탈리아 극단의 <기대어 놓다보면(Steli)>이나 2015년과 2018년에 두 번 소개했던 프랑스 극단의 <시민의 건축(People’s Tower)>의 경우 장르로 구분하자면 명확하게 아동극은 아니지만, 시민들이 공원과 광장같은 공공의 장소에 건축물을 쌓아가며 하나의 미장센을 만들고 공통의 노동을 통해 작품을 완성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죠. 특히 <시민의 건축>은 작품이 완성되면 실제 크기와 거의 유사한 거대한 건축물을 세우게 되는데요, 이 작품을 해체하는 과정이 하나의 놀이가 되어 재미난 풍경들을 만들어내곤 합니다. 이 두 작품은 공공 공간에서의 예술이 띌 수 있는 재미난 역할들을 보여주는 사례로 소개하고 싶어요.

<사진5> <사진 5> 기대어 놓다보면 © 안산국제거리극축제
 
<사진6> <사진 6> 시민의 건축 © 안산국제거리극축제
 

Q. 주로 작품들을 국내외 축제를 다니면서 직접 보시고 초청하시죠? 해외의 축제에서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들을 어떻게 구성하고 있나요?

A. 스페인의 거리예술축제 피라 타레가는 다양한 거리예술 작품들을 소개하는 시장의 역할을 하는데요, 이곳에서는 최근 섬세하게 구성된 베이비 드라마 작품들 역시 많이 주목을 받고 있어요. 어른들 역시 몰입해서 관람할 수 있는 우수한 작품들이 여럿 기억납니다. 이를 비롯해서 타레가에서는 매년 거리에서 아이들이 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들을 재밌게 구성하고 있어요. 놀이공원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방식의 기구들이 아니라 독특한 디자인과 놀이 방식을 사용한 작가들의 작품이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게끔 조성하곤 하죠. 아이들에게 기존에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시선을 제시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어서 한번쯤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도 소개해보고 싶네요.

 

Q. 아이들극장은 올해 봄부터 가을까지 혜화로 일대의 거리에서 ‘아이들거리축제’를 개최해 왔습니다. 축제라는 장을 통해 아이들이 예술과 보다 가까이서 만나고, 거리와 골목에서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일탈을 만나게 하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는데요, 앞으로 아이들거리축제는 어떻게 나아가면 좋을까요?

A. 지난 가을 프로그램으로 ‘이상한 나라’의 컨셉을 가지고 축제를 구성하신 것을 보았습니다. 골목과 거리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게 하려는 방향에 동감합니다. 거리라는 공간이 어떻게 일상을 다르게 보게 할지, 반복적인 일상이 아니라 어떻게 지루했던 곳을 바꾸어낼지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프랑스 빌레르반의 레쟁비뜨(Les’invite) 축제는 거리의 풍경을 재미나게 바꾸어내는 것으로 유명한 축제인데요, 거리미술과 거리극을 포괄하는 거리예술 축제를 표방합니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떠보면 내가 매일 보던 풍경이 색다른 모습으로 바뀌어 있곤하죠. 그리고 축제가 끝나면 마치 신기루를 본 것처럼 다시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우리 사회에 있는 숨겨진 이야기들을 새로이 드러내고, 공동체와 지금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이런 방식의 작업들은 삶에 대한 새로운 연상과 생각들을 던져줍니다. 익숙한 사고에 물들어있는 어른들보다 도리어 아이들이 이러한 작업들에 더욱 잘 반응하곤 하죠.

 

서울시의 어느 공공기관에 이런 문장을 써붙여 놓았다는 글을 보았어요. 관행을 따르지 않을 것, 그래서 민을 섬길 것. 익숙했던 것들로부터 벗어나서 아이들극장이 기존에 해오던 것들을 넘어서는 새로운 방식의 예술을 선보일 수 있는 중요한 장이 거리축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바로 예술이 추구하는 낯설게 보기의 정신이 아닐까요? 우리에게는 용감한 축제가 필요합니다. 다소 무모할지라도, 용감하게 제시하고 과감하게 도전하지 않는다면 굳이 이 힘든 공간인 거리에서 축제를 할 필요가 없죠. 일상에서 보지 못한, 그래서 남들이 하지 못했던 것들을 감행하는 유쾌하고 즐거운 축제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예술가로서 덧붙이자면, 성공적인 축제가 되려면 축제를 준비하는 기간 동안 많은 시간을 들여 예술가들과 만나고 예술가들이 스스로 참여하고 싶은 축제로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관객들을 만족시키는 것 이상으로, 예술가들이 과연 이 축제와 공간에 관심을 보이도록 자발적 의지를 만드는 것이겠죠. 이러한 방식으로 축제가 발전한다면 국내의 아동극 시장에 파격을 제시할 수 있는 작품들도 나오고, 해를 거듭할수록 신선한 축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거리예술은 공간과 장소를 새로이 바라보는 시선을 제시하며, 작품을 통해 공통의 기억을 만들어 낸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경우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며, 앞으로의 아이들극장이 그려낼 그림에 기대를 보태어 본다.


  • 인터뷰어 임현진
  • interviewer 임현진

    독립 프로듀서. 예술과 도시, 공간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여러 거리예술 축제, 창작단체들과 함께 일한다. 거리예술 국제교류와 공동창작에 관한 일들을 하고 있으며, 국내 작품의 해외 진출을 돕는 다리가 되고자 한다. 사단법인 한국거리예술협회의 운영위원으로 매년 서울에서 개최되는 거리예술마켓 사업을 기획해 왔다. myunz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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