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종로아이들극장

모바일메뉴
 
 
[인터뷰] 아이들극장 개관 2주년 대담 – 이병훈 연출가
작성자 : 브라이어스 등록일시 : 2018-06-27 조회 : 6946
<
사진1> <사진 1> 공연 <버려진 인형이야기> (이탈리아 Giorgio Strehler 작·연출)

Q. 어떤 아동극이 좋은 아동극인가요?

이병훈 : 아동극과 성인극을 구분하는 차원을 떠나서 좋은 연극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사 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연극의 의미는 인간에게 재미와 인식을 주는 것이죠. 연극은 최하 재미 있어야 합니다. 재미가 없으면 연극이 아니죠. 연극이 재미있는데 어떤 의미도 없다면 연극을 보 는 의미도 사라집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인간이 의미와 발견만을 찾는다면 연극을 볼 필요가 없 어요, 그래서 기쁨과 인식을 얼마나 균형 있게 줄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이점은 어린이 연극이 든 어른 연극이든 똑같죠. 그런데 어린이 연극을 만드는 과정에서 특히 위험한 것은 많은 경우 기쁨만 주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좋은 연극은 기쁨을 주는 동시에, 가장 이상적으로는, 우리를 변화시켜야 합니다.
그래서 관객이 연극을 보기 전과 연극을 본 후 인생을 다른 차원에서 볼 수 있도록 초대해야 하죠. 어린이들은 연극의 경험을 일평생의 자신의 경험으로 새깁니다. 연 극을 본 후 무언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는 거에요. 왜 그런 것일까, 이 사람은 왜 그런 걸까, 인 간은 왜 그런 걸까, 이런 의문을 남겨 주는 것이 어린이 연극뿐 아니라 모든 연극의 사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감동은 순간적이지만 질문은 인간에게 영원히 남게 되거든요. 그래서 그 질문을 만 들어 줄 수 있는 것이 가장 좋은 연극이라고 생각합니다. 극단 사계가 만들어진 계기를 설명하면 서 말 할 수 있겠네요.
<일본 생명>이라는 기업을 70년대 초에 물려받으면서 회장은 자신이 어렸 을 때 봤던 어린이 연극을 떠올렸습니다. 파랑새라는 극이었는데, 그것을 본 감동을 잊지 않고 있 다가 회장이 된 후 생각이 나서, 요즘 어린이들에게도 자신이 받았던 감동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일본의 제일 비싼 땅에다가 극장을 짓고 그 사람이 만든 프로그램이 일생극장, 일본 생명 극장입니다. 거기서 어린이 명작 극장이라는 것을 했어요. 25인조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하고, 배우들도 모두 유명한 스타들이었어요. 그 어린이 극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극단 사계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러니까 어렸을 때 본 공연 하나는 인간의 일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죠.

<사진2> <사진 2> 뮤지컬<크리스마스캐롤> (서울예술단, 이병훈 연출)

 

Q. 이상적인 아동극은 무엇일까요?

이병훈 : 어린이들은 살아가야 하는 존재에요. 교육의 진짜 본질은 어떤 상황에 왔을 때 내가 어 떻게 삶에 대처해야 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하는 방법을 고민하게 하는 것입니 다. 그런데 지금은 대부분의 교육이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 생존의 방법을 가 르쳐주는 것이죠. 좋은 어린이 극이 되려면 교육의 본질에 일조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어린아이 들이 이 세계에 대한 문제도 알아야 하고, 자신이 살아가야 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떠야 하며, 어떤 갈등이 생겼을 때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성찰해야 합니다. 연극은 갈등의 여러 유 형들을 보여주죠, 무엇보다도 아름다움에 대한 미적 체험을 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어린이들에게 중요합니다. 특히 어린이 연극은 그저 한 번의 관극으로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의 삶에 어 떤 영향을 미쳐 주어야 해요.

 

Q. 현재 우리 아동극의 문제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이병훈 : 앞서 말했듯 일방적으로 너무 교훈만 추구하거나 너무 재미만 추구하는 것, 그런 균형이 안 잡히는 것이 문제인데, 더 본질적으로는 만드는 창작자들이, 어린이라는 존재에 대한 이해가 낮다는 점이 더욱 큰 문제입니다. 자기 자신을 낮추어서, 낮은 시선으로 만드는 것이 어린이 연극 을 만드는 태도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어린이라는 존재를 잘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우 리가 어렸던 시절과 지금 어린이들이 겪고 있는 시절은 너무나 다르고, 어린이들은 나이별로 다 다르죠, 일곱 살 전하고 일곱 살 후가 굉장히 중요한데, 일곱 살 전은 아이들이 어떤 사물을 흉내 내거나, 경험하고 축적하고 이해하죠. 경험이 정말 중요한 나이에요. 일곱 살 후부터 아이들이 이 해하고 판단하려고 하기 시작해요. 미운 일곱살이라고들 하잖아요. 자기 주장이 강해집니다. 아이 들이 어느 정도까지 세상을 이해할 수 있냐 하면, 어머니가 겉으로 화를 내지 않아도 속으로 화 가 있는지를 아이들은 다 느끼고 이해할 정도입니다.
아이들이 흉내를 낼 때는 그런 속마음까지 도 다 흉내를 낸다는 것이죠. 그래서 아이들의 흉내내기가 무서운 거에요. 세상에 대한 시선과 정 서도 즉각 받아들이기 때문에 어린이 연극을 얼마나 진실하고 투철하게 해야 하는지 창작자는 알 아야 합니다. 우리는 어린이가 이런 것은 모를 것이다 라고 판단하는데, 어린이가 모르는 것이 아 니라 어른이 모르는 경우가 더 많아요. 어린이는 훨씬 깊은 마음의 상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둬야 해요. 그래서 어린이 연극을 만든다는 것은 우리가 깊은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죠. 깊은 세계를 표현해야 진정한 어린이 연극이 되는 것입니다. 좋은 어린이 연극은 깊고, 단순한 연 극이죠. 고전 동화책들을 보면 굉장히 깊고 단순한 인간 정신의 원형 같은 것이 있기에 오래 읽 히는 것이에요. 어린이 연극은 그런 점에서 어떻게 보면 인간의 원형을 그리는 연극이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세상을 처음 접할 때 보여지는 세계, 놀라움과 신기함으로 가득 찬 연극이 어린이 연극이죠. 먹을 것, 입을 것 모든 것에 있어서 부모는 어린이에게 제일 좋은 것을 주려고 합니다.
창작자들도, 어린이에게 가장 최선의 미학을 보여줘야 해요. 어떤 요소 하나라도 그저 그런 것을 보여주면 안되죠.

 

<사진3> <사진 3> 어린이 뮤지컬 <보물 곡괭이> (극단현대앙상블, 1989년 국립극장)

Q. 종로 아이들 극장이 어떤 역할의 극장이 되기를 바라세요?

이병훈: 극장은 인생의 학교라고 생각해요. 무엇보다도 한국 어린이들의 삶이 반영되는 곳이었으 면 좋겠어요. 한국의 어린이들은 지금 이런 상태이고, 이런 고민을 하고 있고, 이렇게 살아가고 있구나 라는 것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미래에 어린이들이 살아갈 세상에 대 해 함께 상상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겠죠. 어린 아이들이 이럴 것이다라는 기존의 편파적 정의에 의문을 제시하고, 보다 시야가 넓은 큰 인간, 미래의 인간을 위한 실험실이 되면 좋겠습니다. 어 린이들은 커다란 시간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고, 창작자로서 우리가 어린이와 소통하기 위해서는 어린이가 살아갈 세상에 대해 예측하고 상상해야 합니다. 그렇기에 어린이 극을 하는 극장은 실 험실이죠. 아이들 극장은 어린이에 대한, 어린이와 함께하는 본질적인 질문들이 가능한 곳이었으 면 합니다. 어린이 연극은 첨단을 달려야 합니다. 어린이 연극과 어른 연극은 무엇이 다릅니까 라 고 누군가 물었을 때 스타니스랍스키는 이렇게 말했어요. 다를 게 없다. 단지 더 잘 해야 한다.

 

  • 정리  아이들극장 공연사업팀

본 웹진은 종로문화재단 뉴스레터를 통해서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뉴스레터 구독하기
쿠키를 지원하지 않는 브라우저이거나 브라우저 설정에서 쿠키를 사용하지 않음으로 설정되어 있는 경우 사이트의 일부 기능(로그인 등)을 이용할 수 없으니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