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을 사이에 두고 옛 골목들 사이사이로 한옥과 현대의 조화로움이 매력적인 북촌과 서촌. 북촌은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먼저 사람들의 발길을 끌었고, 그 폭발적인 인기와 함께 서촌도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편하게 북촌과 서촌이라 칭하지만, 서촌의 또 다른 이름은 세종마을이다. 1397년 5월 15일, 이곳 준수방 장의동 본궁에서 세종대왕이 태어나셨기 때문이다.
세종마을은 조선시대 및 근대 문화예술의 주역들이 활동했던 곳으로 인왕산에서 내려오는 옥류동천과 북악산에서 내려오는 백운동천이 흘러가던 수려한 자연경관을 가진 경복궁 서쪽 지역의 유서 깊은 마을이다. 현재 600여 채의 한옥과 옛 골목들이 세종마을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면서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그중 전통한옥 문화공간 상촌재는 한국의 문화 콘텐츠 활성화를 위한 거점시설로 운영되고 있다. 상촌재는 장기간 방치된 경찰청 소유의 한옥 폐가를 종로구에서 2013년 매입해 1년여에 걸쳐 복원하여 2017년 6월에 개관하였다.
19세기 말 전통한옥 방식으로 조성된 상촌재는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난방기술인 온돌문화와 세계에서 가장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글인 한글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전통문화 전시실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한옥, 한복, 한글, 전통공예, 세시풍속에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그중에서 아이들과 함께 한복을 올바르게 입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한복 입어보기와 다도체험 프로그램에 종로 아이들극장 서포터즈 단체체험으로 참여해 보았다.
신발을 벗고 안채의 방으로 들어가니 방석이 나란히 마련되어 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으신 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방석사용법부터 알려주셨다. 방석은 발로 밟아서는 안 된다면서 자리에서 일어서거나 앉을 때 조심해야 하며, 당연히 던지거나 가지고 놀아서는 안 된다고 하셨다. 설명을 들은 후 수업시간 동안 아이들은 방석을 밟지 않으려고 조심조심하는 모습이 기특했다.
남자 한복과 여자 한복을 보여주면서 특징과 명칭을 알려주셨다. 남자 바지에는 큰사폭, 작은사폭이 있는데 큰사폭에 오른쪽 다리가 들어가도록 입어야 한다. 평소 한복 남자 바지는 앞뒤 구분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들만이 아니라 나도 처음 안 사실이었다. 한복에 대해 알아본 후 아이들은 직접 한복을 입어보고 절하는 방법도 배웠다. 다음에는 다도체험을 할 차례. 차를 마실 때는 소란스럽지 않아야 하는데 말소리도 조용조용, 차를 따르거나 마실 때도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한복체험은 1시간가량 소요되었다. 체험을 마친 후 상촌재를 한번 돌아보니 별채에는 한글의 우수성을 소개하고 사랑채에서는 우리나라 고유의 난방기술인 온돌에 대해 전시하고 있었다. 안채의 부엌에는 음식물을 만들고 저장하는 살림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세종마을에는 문인들이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장소가 많다. 윤동주문학관, 겸재 정선 생가터, 우당 기념관, 박노수미술관 등 상촌재와 함께 둘러보면 더욱 깊이 서촌의 정취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출출할 때에는 통인시장에서 간식거리를 사 먹는 재미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