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인형들이 배우들의 손에서 공을 차기도 하고, 날아다니기도 한다. 자리에 앉은 아이들은 인형과 함께 울고 웃으며 극 속에 푹 빠져든다.
어린이들이 보는 인형극이라고 우습게 보면 오산. 완성도 면에 있어서 성인극 못지않다. 수준 높은 인형극을 선보이고 있는 곳은 종로 아이들극장.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최초로 설립된 어린이 전문 공연장이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노는 드넓은 공간이라는 이름처럼 넓은 로비와 밝은 실내, 체형에 맞춘 객석과 전용 화장실, 수유실 등 아이들이 불편 없이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공간을 조성하였다.
공간뿐 아니라 무대에 올리는 공연 또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수준급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그중 하나가 ‘2018 키우피우 인형극축제’. 아이들극장이 선보이는 국내 우수 인형극 시리즈로 6월 21일 첫 공연을 시작으로 3주 동안 3개의 인형극이 펼쳐진다. 한 주에 하나씩 인형극을 만날 수 있는데, 지난주에 무대에 올랐던 공연은 아시아문화원의 ‘깔깔나무’.
새 아파트로 이사 온 날, 파니는 아끼는 인형 곰곰이를 잃어버린다. 쓰레기통에 버린 것 같다는 엄마의 말에 놀라 밖으로 뛰쳐나온 파니. 쓸데없고 지저분한 것들을 모아 간다는 수레 할아버지가 곰곰이를 가져갔다고 생각한 파니는 할아버지를 뒤쫓아 고물상까지 따라가게 된다. 가는 도중 넘어진 파니는 고물상에 겨우 도착하지만 할아버지 대신 겅중이, 움찔이 형제를 만나게 된다. 그들과 함께 곰곰이를 찾아 모험을 떠나게 되는 이야기.
배우들의 멋진 연기와 영상을 가미한 무대연출, 아름다운 음악은 런닝타임 내내 무대에 집중하게했다. 딸아이를 위해 찾은 공연장에서 어느새 나도 모르게 가슴이 벅차올랐다. 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훼손되는 자연의 소중함과 친구들간의 우정, 무엇보다 눈을 감으면 보인다는 깔깔나무는 진정한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했다. 나에게는 진지하게 메시지가 전달되었지만, 아이는 마냥 재미있다고 웃음이 가시질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 손을 잡은 딸아이는 나를 올려다보며 진짜 깔깔나무가 있냐고 물어본다. 눈을 감으면 보인다잖아, 웃으며 걷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깔깔나무’를 시작으로, 극단 나무의 ‘괴물 신드롬’, 극단 로.기.나래의 ‘안녕! 도깨비’가 차례차례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아이와 함께 볼만한 공연을 찾고 있다면 종로아이들극장에서 진행 중인 ‘2018 키우피우 인형극축제’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