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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해외리포트 : 독일 베를린 어린이 청소년극장, '테아터 안 데어 파카우에' - 김연수
작성자 : 브라이어스 등록일시 : 2017-09-28 조회 : 7635
 

뿌리 깊은 전통 자랑하는 파카우에 극장

어린이청소년극장이 왜 필요할까? 미래를 세워나갈 어린이청소년들의 상상력을 무럭무럭 키워주기 위해서가 아닐까. 창의적인 아이디어 하나가 세상을 바꾸는 시대 속에서, 마음껏 상상력을 펼쳐보고 다른 이들과 함께 그 상상을 직접 이루어보는 경험은 훗날 아이들의 미래를 더욱 다채롭게 하리라.

일찍이 유럽에서는 어린이청소년극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인식하고 어린이청소년 전용극장을 세우고 레퍼토리 및 창작극 개발에 힘써 왔다. 독일의 경우, 어린이청소년극을 연극, 음악극, 발레와 동등한 위치를 가진 “4번째 영역”1) 으로 부르는 등 어린이청소년극을 하나의 독립된 예술로 보고 어린이청소년극을 발전시켜 왔다. 그중에서도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테아터 안 데어 파카우에’(이하 파카우에 극장)는 오랜 전통을 자랑하며 독일 어린이청소년극의 중요한 거점 역할을 하고 있는 어린이청소년극장이다.

르네상스식의 고풍스러움을 자랑하는 파카우에 극장 건물은 무려 1911년에 지어져 남자 고등학교로 사용되었다. 그러다 전쟁 이후 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문화와 여가 활동을 위한 장소인 ‘구소련 지부의 어린이를 위한 문화의 집’(1984)으로 그 이름과 용도를 변경하였고, 이후 ‘우정극장’(1950-1991), ‘카로셀 테아터 안 데어 파카우에’(carrousel Theater an der Parkaue)(1991-2005)라는 이름을 거쳐, 2005년부터 지금의 이름인 ‘테아터 안 데어 파카우에’로 불리며 독일의 대표적인 어린이청소년 전용극장으로 자리매김하였다.

. . . <사진 1> 파카우에 극장 출처: https://goo.gl/39Xq7F

미래를 생각한 다양한 공연 프로그램

무려 100년이 넘는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파카우에 극장이지만, 레퍼토리와 시즌 공연들은 결코 구식 공연들이 아니다. 400명이 넘는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스테이지1, 133석을 갖춘 스테이지2와 67석을 보유한 스테이지3, 총 3개의 공연무대에서는 4살부터 20살까지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다양한 레퍼토리와 창작극들이 거의 매일 올라가고 있다.2) 2017년 9월부터 2018년 6월까지 20개가 넘는 레퍼토리와 13개의 초연 작품이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비교적 어린 아이들을 위한 공연은 오브제와 음악 등 감각적인 요소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5살 이상의 어린이들을 위한 레퍼토리 공연인 <베티나 산책하다(Bettina Bummelt)>는 길을 걸으며 마주치는 것들을 흥미롭게 바라보는 아이들의 시선을 그림을 활용하여 보여주는 공연이다. 장난감 가게에 있는 곰, 길가에서 만나는 고양이 한 마리까지 아이들은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길가에 피어있는 꽃들로 엄마를 위한 작은 꽃다발을 만들기도 한다. 작품은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따뜻한 시선으로 무대 위에 그려 보인다.

. . . <사진 2> 파카우에 극장 출처: parkaue.de

특별히 이번 2017/2018 시즌의 주제는 “유토피아, 개척자, 미래”이다. 이에 따라 13편의 초연 작품들은 주로 과학과 기술의 발전에 따른 변화를 다루는 공연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 5세 이상의 어린이 공연 <잠자는 숲속의 공주 또는 세 번의 미래의 키스(Dornröschen oder 3 mal kuss in die zukunft)>는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 이야기에 공주가 깨어난 100년 이후의 세상은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대한 상상력이 즐겁게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15세 이상의 청소년을 위한 작품인 <진동(Beben)>은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의 경계를 흐리게 만들며 정보의 홍수와 미디어 과잉에 대해 다룬다. 랩, 힙합뿐만 아니라 70, 80, 90년대의 펑크와 복고 음악들이 흘러나오고 TV와 Youtube 속의 사람들이 무대 위에 패러디되어 등장한다. 다양한 시청각적인 요소를 활용해 미디어 사회를 무대화하면서, 현대인의 삶과 미래 사회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 . . <사진 2> 파카우에 극장 출처: parkaue.de

창의력이 쑥쑥, 직접 해보는 연극 클럽

파카우에 극장은 공연뿐만 아니라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여러 프로젝트들도 진행하고 있다. 현재 공연 중인 작품과 연계한 활동인 ‘오픈 스테이지’와 토요일 오후에 열리는 가족을 위한 연극 워크숍 ‘거친 토요일(Wilder Samstag)’ 등의 활동은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이러한 활동들 중에서도 ‘파카우에 클럽’은 좀 더 주기적으로 모임을 가지면서 직접 연극을 만들어 볼 수 있는 프로젝트이다. 파카우에 클럽은 나이와 활동에 따라 총 4개로 나누어진다. 2017년에 진행된 파카우에 클럽1, 2는 각각 8~13세와 14~18세를 대상으로 하면서 인터넷이 우리의 생활을 어떻게 바꾸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서 우리 생활의 디지털화를 주제로 다룬다. 클럽3은 12세 이상의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으며 다양한 문화와 배경을 가진 아이들이 연극을 함께 만들면서 상호 이해와 친밀감을 배워가는 활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클럽 1, 2, 3은 모두 일주일에 한 번씩 모임을 가진다.

가장 흥미로운 마지막 클럽은 바로 ‘얼간이 클럽(Der Nerdclub)’이다. 이름도 재미있는 이 클럽에서는 특별히 과학에 관심 있는 9~17세 아이들의 참여를 독려한다. 새로운 발명품들, 금속재질과 분자, 박테리아를 좋아하는 아이들 말이다. 과학적인 상상력이 만발하는 아이들을 위한 이 클럽에는 과학자들과 예술가들이 함께 참여해 작품 만들기를 돕는다. 얼간이 클럽의 아이들과 청소년들은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미래와 자신만의 유토피아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함께 토론한다. 지구의 표면이 물에 잠긴다면 어디에서 살면 좋을지, 미래의 획기적인 발명품들은 어떤 것이 있을지 등등. 얼간이 클럽의 아이들은 질문의 답을 생각해보고 토론을 거쳐 연극으로 표현하는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상상력이 무럭무럭 자라는 동시에, 미래의 과학자들의 창의력을 쑥쑥 키워주는 활동이랄까. 참가자들은 다음의 모토에 따라 자유롭게, 마음껏 자신들의 상상력을 펼칠 수 있다. ‘꿈 꿀 수 있다면, 이룰 수 있다!’

. . . <사진 3> 파카우에 극장 출처: parkaue.de

이밖에도 파카우에 극장은 공연 전/후 워크숍 또는 아카데미 등 학교 선생님들과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과 워크숍을 제공하는 등, 어린이청소년극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있다. 하고, 그림형제 상(Brüder-Grimm-Preis)을 마련해 우수한 어린이청소년연극에 상을 주기도 하고, 젊은 작가를 위한 작품 공모를 하기도 한다. 다양한 유럽 전역의 협력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국제교류도 활발히 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연극 페스티벌을 개최해 독일 전역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연극을 경험할 수 있는 장을 열어주고 있기도 하다.

100년이 넘는 탄탄한 역사를 바탕으로 미래의 아이들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독일의 파카우에 극장. 땅에 두텁게 뿌리를 내리고 미래의 가지를 뻗어나가며 어린이청소년 전용극장의 역할을 튼실히 다하고 있었다. 어린이청소년극장에서 무럭무럭 자라나는 아이들의 미래는 보다 푸르리라.

 

참고자료  국립극단, 『아동청소년에게 문화를, 미래를, 돌려주자!』, 국립극단, 2012

1) Taube, Gerd : Junges Theater in Deutschland. In: “IXYPSILONZETT” Magazin für Kinder – und Jungendtheater, Heft, 2008.

2) 현재 스테이지1, 스테이지2는 2년 동안의 보수 공사를 마치고 2017년 하반기부터 재오픈을 앞두고 있다.

 
  • 김연수
  • 김연수  (dustn0122@naver.com)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연극학을 전공하고 연극 리뷰 및 문화예술과 관련된 다양한 글을 쓰며 살고 있으며, 어린이청소년극과 문화예술교육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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